서울대생과 당신, 한 끗 차이다.
<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계기>
제가 공부를 열심히 그리고 잘 하게 된 계기엔 제 노력도 있지만 감사히도 자연스러운 환경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. 부모님께서 각각 영어와 수학 선생님이셔서 모르는 걸 언제든지 물어볼 수 있었거든요. 전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하는 걸 되게 좋아하고 그런 제 자신을 뿌듯해하는 학생이었어요. 꼼꼼하게 하나씩 체크하고 넘어가고 납득이 가지 않으면 질문을 했죠. 이런 자세가 공부를 잘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.
또한 저는 특목중, 특목고를 다녔는데, 이게 공부를 잘하는 데 영향을 많이 미친 것 같아요.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들 사이에 둘러 쌓여서 거의 24시간 언제든지 질문을 받고 가르쳐줄 준비가 돼있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자랐거든요. 학창시절에 방황을 진짜 많이 했는데, 공부를 놓지 않게 된 건 그냥 주위 모든 게 공부하는 환경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. 그리고 주위 잘하는 친구들이 많으니까 목표 설정이 자연스레 높아졌고요. 잘하는 것에 대한 기준이 자연스레 높아졌고, 친구들과 함께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것 같아요.
<공부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>
공부를 할 때 제일 중요한 건 ‘효율성’이에요. 그리고 효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, 기분을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. 그러니까, 자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건데요. 예를 들면,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게 너무 지루하잖아요. 물론 암기라는 게, 어떤 식으로 하든 완전히 신나기는 힘든 영역이죠. 그런데, 지루해하면서 집중을 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기 보다는 방법을 조금 바꿔보는 거예요. 그 전에 단어를 열 번씩 무한정 적으면서 반복적으로 공부했다면, 스스로 시험지를 만들어서 공부한다거나, 혹은 친구와 함께 시간을 정해놓고 시험을 내준다거나.
전 실제로 영어 내신 공부할 때 이렇게 많이 했던 것 같아요. 그러니까, 외울 지문이 엄청 많은데 그걸 계속 보고 적기만 하면 머리에도 안 들어오고 괴롭거든요. 그래서 지문을 모조리 복사 한 다음에, 화이트로 지문의 중요한 구절들에 덧칠을 했어요. 그리고 그걸 다시 복사하면, 지문 곳곳에 빈 칸이 생기겠죠. 그러면 일종의 시험지가 만들어져요. 지문을 어느 정도 공부하고 나서, 저만의 시험지를 풀면 제가 모르는 걸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고, 시험 치면서 각인되는 부분이 있어서 좀 재밌어요. 이전보다 좀 더 스릴있다고 해야하나.
이런 식으로 영어는 항상 시험지를 만들어서 공부했고, 그러면 얼만큼 아는지 모르는 채로 같은 지문을 반복해서 보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어요. 그러니까, 더 짧은 시간 동안, 더 집중력을 높이면서, 약간의 스릴과 함께 공부하게 되는 거죠.
또, 자기를 존중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꼭 이야기해주고 싶어요. 자신의 기분이나 몸 컨디션, 취향, 혹은 공부 방식을 스스로가 알고 존중하는 게 중요해요. 저 같은 경우는 앞에서 말했듯이 효율성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는데, 그러다보니 피곤한 상태에서, 혹은 집중이 잘 안되는 환경에서 공부하는 건 최대한 피하려고 했어요. 그래서 잠을 무조건, 무조건 7시간이상 항상 잤어요. 그건 지금도 그래요. 친구들은 아침에 다 일어나서 수업 전에 자습하러 갔는데, 그걸 따라하려고도 해봤거든요. 그런데 그게 저에게 안 좋더라고요. 전 잠을 충분히 자요.
그리고 환경에 대해선, 전 너무 답답하고 조용한 곳보다는 약간 시끄러운 곳이 더 공부가 잘 돼요. 그래서 지금도 도서관엔 잘 안가요. 가면 오히려 그 분위기에 압도되거나 너무 답답해서요. 그래서 보통은 카페에 가거나, 제가 혼자서 자유롭게 있을 수 있는 집, 혹은 조금 더 자율적인 곳을 찾아간답니다. 예를 들면, 서울대학교 도서관에 영화를 보고 자습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거든요. 제가 영화를 되게 좋아하고, 소파에 앉는 것도 좋아하고, 노트북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도 좋아해서, 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이 공간에서 이번 학기는 공부해보려 해요. 그러니까, 요약하자면 자기를 탓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. 자기 감정을 존중하고.
<중, 고등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>
전 다른 친구들이랑 좀 다르게 목표가 진짜 없는 학생이었어요. 그러니까, 어떤 대학을 가야만 하겠다는 그런 식의 목표를 가져본 적이 없어요. 이게 딱히 좋은 건 아니고, 그냥 좋은 대학에 간다고 제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고등학교 때 계속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. 그래서 공부하는 이유를 찾는 게 되게 힘들었거든요.
근데 누가 말해준 건진 모르겠는데, 자유전공학부에 대해 알고 나서 공부하는 의미를 조금 찾게 됐어요. 전 고등학교 때 매 학년마다 가고 싶은 과가 바뀌는 학생이었거든요. 처음엔 심리학과, 나중엔 미디어학부. 3학년 돼선 가고 싶은 과가 한 서너개 됐던 것 같아요. 3학년 초 때쯤 자유전공학부를 알게 됐는데, 그 때부터 저 나름대로의 목표가 생겨서 공부하는 이유를 이전보다 제 안에서 찾게 됐어요.
그 전에는 어른들이 대학가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것에 대한 반항심이 컸거든요. 가면 갑자기 모든 게 환상적이게 될 거라는 그런 말들에 대해서요. 그런데 여길 알고 나서 제 나름대로 이유가 생긴거죠. 자유전공학부에 가면 확실한 건,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고 그걸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걸 알게 됐어요. 그래서 그때부터 저 나름대로 이유를 찾을 수 있었어요.
또 기억에 남는 건, 자유전공학부를 가고 싶어지면서 제 목표가 확실하게 생겼는데 그걸 어떻게 이뤄야 할지 확실치 않은 거예요. 저희 학교가 특목고긴 했지만 제가 독보적인 일등 같은 것도 아니였고, 자전은 높다고 말하니까. 그래서 좀 웃기긴 한데 그 때 책 <시크릿>에 진짜 심하게 빠졌어요. 상상하고 믿으면 실제로 그것이 이뤄진다고 말하는 그 책이요. 그래서 과장 아니고, 그 책에서 말하는 대로 매일 아침마다 감사한 일 3개씩 적고 자유전공학부에 붙는 거 상상하는 연습을 했어요.
돌이켜보면 이게 저에게 진짜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. 왜냐하면 다들 제가 자전에 넣는 것에 회의적이었는데, 이걸 매일 상상하고 진짜 믿으니까 포기하지 않고 넣게 됐거든요. 그리고 이걸 하면 좀 사람이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되거든요. 왜냐면 진짜 붙을거니까?ㅋㅋㅋㅋ 그래서 자기소개서에 적을 아이디어도 순간순간 잘 떠오르고, 컨디션이 좋으니까 공부도 잘 되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.
그래서 그 때 친구들한테 이 책 막 전파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던 기억도 나네요. ㅋㅋㅋㅋ 근데 진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. 칼라로, 오감으로 느껴지는 정도로 상상해서, 진짜 매일 아침, 아니면 자소서 안 적힐 때마다, 힘들 때마다 상상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. 적고보니까 이런 식의 자기 확신은 좀 좋은 면이 많은 것 같아요. 특히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그런 일을 목표로 할 때는 더더욱이요.
<난 이렇게 까지 해봤다>
중3 때 학교에서 수학 심화반에 들어갔는데 문제에 손을 대기가 힘들고 그러니까 되게 자괴감이 드는 거예요. 그래서 그때 각성해서 일주일에 문제집 한 권씩을 계속 풀었어요. 그리고 그 문제집을 한번 보고 끝내는 게 아니라 같은 걸 세번정도씩 봤어요. 문제 풀 때도 모른다고 바로 답지 보는 게 아니라, 삼일정도에 걸쳐서 매일 같은 문제를 고민했어요. 그래도 모르겠으면 답 보고. 그러니까 같은 문제를 정말 많이 반복한거죠.
이 때는 문제를 풀어내겠다는 집념이 엄청 강한 때여서, 문제 풀려고 메모지에 문제 적어놓고 복도에서 걸어다니면서 고민했어요. 화장실가서도 고민하고. 쉬는 시간에 왔다갔다 하면서 이 문제를 꼭 풀고야 말겠다는 그런 집념이 있었던 것 같아요. 이렇게 좀 미친듯이(?) 수학을 4개월 정도 하고 나니까, 수학에 대한 감이 생겼어요. 한 문제 한 문제에 약간 집착하는 듯이 접근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.
<수파자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>
전 학생들에게 문제 푼 과정에 대해서 되게 많이 물어봐요. 맞고 틀린 게 중요한 게 아니라, 이 문제를 얼마나 잘 알고 풀었는지를 확인하는 거죠. 모든 과목에서 그렇긴 한데 국어에선 이런 꼼꼼함이 실력을 결정짓는 특히 중요한 부분이에요.
저는 고등학교 때 처음에 제일 막막했던 과목이 국어였어요. 어떻게 풀어서 맞고 틀렸는지 감이 안 잡히니까 어떻게 성적을 올려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. 그래서 그 때부터 쓴 방법이 문제를 풀 때마다 모든 선택지를 분석하는 거였어요. 진짜 웬만큼 쉬운 선택지도 다 한번씩 확인하고 넘어갔던 것 같아요. 분석을 한다는 게 거창한 게 아녜요. 이게 답이고 답이 아닌 이유를 지문에 근거해서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걸 말해요. 제일 쉬운 방법은 모든 선택지를 하나씩 보면서, 이 선택지가 답인 이유와 아닌 이유를 지문에서 줄을 긋고 표시를 하는 거요.
그래서 저는 학생들한테도 문제를 어떻게 풀었고, 답의 근거가 뭔지 설명하도록 물어봐요. 감으로 찍는 게 아니라, 논리적으로 답을 찾고 풀어내는 과정에 익숙해지도록요. 처음엔 친구들이 당황하거든요. 그런데 이렇게 모든 선택지를 분석하면서 지문에 대해서 배우는 게 굉장히 많기 때문에 점차 납득하는 것 같아요. 정리해보자면, 친구들이 논리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, 결국엔 혼자서도 그런 과정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이 물어봅니다. 그리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기다려주고 그런 과정을 유도하려고 해요.
* 국어 지문 및 선지 분석 연습 예시 영상
<대학생이 되고나서>
제가 지난 학기부터 경영학과 수업을 제대로 듣기 시작했는데 역대급 지루한 시험공부 기간 이었어요. 이전에 사회대랑 인문대 수업을 듣다가 갑자기 암기 공부를 하려니까 적응이 좀 안 되더라고요. 시험 공부가 너무 재미없으니까 좀 힘든거예요. 머릿 속에서는 시험 공부를 해야 하는 쪽이랑 반대 쪽이랑 싸우고.
그래서 그 때 글을 좀 열심히 썼어요. 시험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랑, 이걸 포기하고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시험 기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를 모두 쓰고 둘 중에 어떤 쪽이 더 절 행복하게 해줄 지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하는 일기를 썼어요. 그런데 그게 도움이 많이 됐고, 결과적으론 좋았어요.
왜냐하면 그걸 모두 적고 보니까, 시험 공부를 하는 게 차후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줄 것 같더라고요. 교환학생가는 거나 여러 가지 방면으로. 또, 이미 제가 학기 중에 하고 싶은 일들을 꽤 많이 해서 2주 정도는 지루하게 보내도 된다고 생각했어요. 그리고 둘 다 적고 보니까, 전 어차피 시험 기간에 맘 편히 노는 사람이 못 된다는 결론이 나왔어요. 차라리 열심히 공부하는 게 맘 편한 사람이더라고요. 이렇게 자기 파악을 하고 나니까, 훨씬 이전 보다 집중도 잘 돼서 시험 공부를 잘 마칠 수 있었어요.
아, 그리고 시험 기간 되니까 교수님들께 질문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. 친구들한테도요.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질문을 좀 많이 하긴 했는데, 그게 대학 와서도 비슷하게 이어지는 것 같아요. 내용이 완전히 납득이 돼야 암기도 되는 편인 것 같아요. 그래서 이번에 스페인어 문법 공부할 때 인자하신 교수님께 질문을 한 삼십개 정돈 한 것 같네요. 메일이랑 수업 끝나고 나서도. 질문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. 질문 하는데 눈치 안 봐도 되서도 좋았고!
제 글을 읽다보면, 저도 타고난 좋은 머리 덕분이라기 보다는 남들처럼 똑같이 고민과 방황도 많이 하고, 어려움도 있었어요. 그렇지만 그때마다 스스로 만족할때까지 문제를 해결하고 제 것으로 소화하려고 했던 그 집념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거라고 생각해요. 이 글을 읽는 학생들도 이 글을 읽는 동안 실마리는 어쩌면 아주 기본적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.